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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날카롭고 명확한 사랑의 모양

by e따금 2022. 11. 4.

 

촘촘한 긴장감이 흐르는 줄거리

<헤어질 결심>은 22년 6월 30일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정서경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헤어질 결심>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부산을 배경으로, 후반부는 이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체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반부를 중심으로 나열해본다.
올곧은 성격의 형사 해준(박해일)이 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가 용의자로 지목되며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묘한 감정을 느낀다. 특히 해준은 서래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형사라는 직업의 책임감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던 중, 사망자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서래가 용의 선상에서 떨어지게 되자 서래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서래 또한 자신을 품위 있게 대해주는 해준을 보며 자신을 이렇게 대우해주는 형사는 없었던 점에서 호감을 느끼고,  불면증을 겪는 해준의 옆을 지키며 미군 해군에서 개발한 호흡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서래는 해준의 휴대폰에 저장된 수사 음성파일을 지우는가 하면, 해준의 집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미제사건 현장 사진들 중 해결된 사건들의 사진을 모두 떼어내면서 해준을 옭아매던 것들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해준은 서래가 간병을 맡고 있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다시 의심을 시작하게 되고, 사건의 원점으로 돌아가 타임라인을 짚어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사망자(서래의 전남편)가 죽은 산을 등산하며 사건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본 해준은 절망에 빠진다. 서래가 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사는 종결된 뒤였고,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자료들과 사진들 역시 모두 제거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뒤였다.
해준은 서래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증거를 없애기 위함인지, 진심을 담아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끊임없는 갈등 끝에 해준은 결국 자신의 내면이 붕괴되었다는 고백을 하며 서래와의 관계에 끝을 통보한다. 남겨진 서래는 붕괴라는 한국어 뜻을 번역해보고서는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다.

 

로맨스에 대한 박찬욱의 새로운 관점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에게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을 안겨주었다.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 캐릭터 해준(박해일)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서래(탕웨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눈길을 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에게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을 안겨주었다.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 캐릭터 해준(박해일)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서래(탕웨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눈길을 끈다. <헤어질 결심>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앞에 두고 있지만 결국에는 로맨스를 말한다. 그간 박찬욱 감독이 내놓았던 로맨스의 방식과는 달랐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랑과 수사를 모두 담고 있는 드라마지만 사실 정말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어른이라면 공감할 상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유독 재관람 수가 높다. 그 이유는 박찬욱 감독이 꼼꼼하게 숨겨놓은 디테일한 복선과 신선하고 감각적인 연출적 재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상상하는 장면을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편집한다든가, 서래의 중국어를 핸드폰 앱으로 번역하지 않은 마지막 대화 처리 등, 화려하고 뛰어난 연출로 감독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뜨거운 반응

<헤어질 결심>은 2022년 5월부터 열리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경쟁 부분에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상영, 6월 대한민국에서 개봉되었다. 리뷰 집계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내용에 따르면, 31개의 리뷰 중 94%가 긍정적인 평가였으며 평균 평점은 8.3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부 평론가들은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의 걸작들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해도 주목할 만한 업적이라며 보편적인 찬사를 보냈다.
6월 한국에서 개봉한 뒤로는 개봉 첫 주만에 50만 관객을 넘겼으나 이는 흥행세라고 말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대기업 영화관들의 평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실제 관람객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영화라는 평과 함께 여러 번 <헤어질 결심>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숨겨놓은 의미와 상징을 발견하는 재미를 관람객들이 제대로 전달받은 효과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