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정서경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하여 2016년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를 기반으로 하여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아가씨는 원작 소설처럼 3부로 나눠져 있으며, 1부는 숙희(김태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유명한 도둑의 딸로 태어난 숙희는 어려운 나라 사정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데려다 일본에 팔아넘기며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런 숙희에게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하정우)이 찾아와,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는 일본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돈을 가로챌 계획을 꾸민다. 그리고는 자신과 함께 아가씨의 저택에 들어가 하녀로 일하며, 아가씨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도록 도울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히데코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 숙희는 타마코라는 본명을 사용하며 히데코의 하녀로써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히데코를 처음 만난 숙희의 대사(예쁘면 예쁘다고 미리 말을 해줄 것이지.)는, 이미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반해버린 숙희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그 후 숙희는 히데코를 돌보며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것도 모자라 설레기까지 하는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히데코와 말다툼을 벌인다. 시간이 흘러 백작은 히데코에게 청혼을 하고, 그날 밤 악몽을 꿀 것 같다며 숙희를 부른 히데코는 숙희와 첫날밤을 갖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 없는 후지와라 백작은 히데코의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일본으로 도망가서 결혼을 하자고 제안하고, 히데코는 숙희와 함께 간다는 조건으로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코우즈키의 저택을 떠나게 되고, 백작과 히데코는 일본 절에서 혼인식을 치른다. 그렇게 여관에 머무르는 동안 백작은 히데코를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킬 계획을 세우고, 숙희는 변해가는 히데코를 보며 불안해한다. 숙희는 백작과 예정했던 대로 정신병원 의사들에게 히데코가 치료가 필요하다며 증언했고, 후지와라 백작과 숙희는 히데코를 입원시키려 정신병원으로 간다. 그런데 히데코는 갑자기 돌변하여 자신이 숙희이고, 숙희가 히데코인 것처럼 연기하고, 숙희가 조선인 하녀가 된 망상에 빠져버렸다고 증언한다. 그렇게 간호사들에게 붙잡힌 숙희가 발버둥 치며 배신감에 휩싸인 모습에서 1부는 끝이 난다. 2부는 아가씨 히데코의 시점에서, 3부는 1부와 2부를 합해 진행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매력적인 캐릭터
영화 <아가씨>는 4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지만, 어릴 적부터 이모부 코우즈키의 학대를 받고 자란 아가씨 히데코는 고고한 아름다움 속에 상처를 감추고 있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과 신비로움이 더해져 극 중 긴장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반대로 수수하고 투박한 숙희는 당돌한 성격으로, 히데코와는 달리 강인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일본에 팔아넘기며 생계를 유지하던 탓에 모성애가 강하다. 이 특징은 저택 안에서 분리되어 세상을 모르고 자란 아가씨 히데코의 아이같은 면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극 중 진행과 중요하게 연결된다. 이 외에도 능구렁이 같은 사기꾼 백작과 욕망으로 휩싸여 히데코를 지배하며 살아온 코우즈키가 있다.
최고 배우들의 확실한 변신
아가씨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그리고 신인 배우 김태리까지, 강렬한 아우라를 뽐내는 배우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김민희는 영화 촬영 당시 25벌의 드레스를 소화해내며 독보적인 미모를 뽐내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김태리는 순박한 숙희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태닝을 해 몰입감을 높였다. 또한 조진웅은 연령대가 높은 코우즈키 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18kg를 감량한 것은 물론, 걸음걸이와 목소리까지 바꾸는 열정을 보였다. 1,500:1의 경쟁률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하녀 숙희의 오디션에서 합격한 김태리는 신선한 매력을 뽐냈고, 박찬욱 감동은 그녀에 대해 <올드보이> 강혜정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고 회상하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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